40년 동안 운영한 분만병원을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습니다.
아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전임의 과정을 거치며 준비한 시간만 15년.
그런데 이제 와서 병원을 물려받는 대신 건물을 팔고 병원 문을 닫는 방안까지 고민하게 됐다는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상속세입니다.
예상 금액만 약 300억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번 논란은 단순히 ‘부자 의사의 상속세를 깎아줄 것이냐’는 문제를 넘어, 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병원을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먼저 알아둘 것, 아직 확정된 법은 아니다
현재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부는 2026년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대폭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편안에는 기존보다 ‘가업’의 범위를 엄격하게 정하고 병원·약국·마트·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창고업 등을 공제 대상 업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 단계입니다.
향후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관련 개정 규정은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시작되는 경우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모든 병원의 가업상속공제가 폐지됐다.”
라고 말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제도는 어떨까요?
국세청이 안내하는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등을 정상적으로
승계할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를 일정 한도까지 공제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공제한도는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10년 이상 경영 → 최대 300억원
20년 이상 경영 → 최대 400억원
30년 이상 경영 → 최대 600억원
입니다.
그래서 30~40년 동안 운영해온 병원이 현행 요건을 충족하고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다면
최대 600억원이라는 공제한도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정안대로 병원업 자체가 대상에서 빠지면 이 공제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10~50%의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되고, 30억원을 넘는
과세표준에는 최고 50% 세율 구간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나온 ‘상속세 300억원’ 이야기
8월 19일 보도된 서울 강남의 한 분만병원 사례가 관심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병원을 운영한 60대 원장은 병원을 아들에게 넘길 계획이었고, 아들은 이를 위해
약 15년에 걸쳐 산부인과 전문의와 전임의 과정까지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병원이 공제 대상에서 빠질 경우 이 병원 측이 예상하는 상속세가
약 300억원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300억원이 모든 40년 된 병원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별 병원의 토지·건물·장비 등 자산가치와 다른 상속재산, 채무, 적용 가능한 공제 등에
따라 실제 상속세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 사례에서 추산된 금액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차라리 병원 문 닫고 건물 팔겠다”
문제는 병원이 현금 300억원을 쌓아두고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특히 분만병원이라면 건물뿐 아니라 분만실·수술실·의료장비와 의료진 등이 함께 있어야
실제 병원 기능이 유지됩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병원 건물이나 토지를 팔아야 한다면 병원 자체의 운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병원계의 주장입니다.
대한병원장협의회와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병원의 일률적인 제외 방침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병원계가 특히 강조하는 곳은 분만·소아 등 필수의료입니다.
단순한 ‘건물 상속’과 같지 않다는 병원계 주장
병원 측에서는 일반 부동산이나 단순 자산보유 업종과 병원을 똑같이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의료기관은 의사 면허 등 자격 요건이 있고, 실제로 부모가 하던 병원을 자녀가 이어 운영하려면
후계자가 의대 과정과 전문의 수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측은 같은 진료과의 전문의 자격 취득과 공동진료까지 생각하면 15~20년의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병원계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건물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인력·지역 환자와의 관계까지 이어받는
가업이다.”
반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가 부동산 등 자산을 세금 부담 없이 넘기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줄이고,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실질적인 승계를 지원하는 제도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에서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따라서 이번 논란에는 양쪽의 논리가 모두 존재합니다.
그런데 개인병원이 필수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병원계가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숫자도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 대상 37곳 가운데 개인 개설 의료기관이 18곳,
약 49%라는 것입니다.
또 지역 필수의료 거점 역할을 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 195곳 가운데 29곳이 개인 개설 병원으로
집계됩니다.
필수특화 지원사업은 분만·소아·화상·수지접합·뇌혈관 등 특정 분야에서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하는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소아·분만 등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병원계가
“병원 승계가 끊기면 지역 필수의료도 같이 흔들릴 수 있다.”
고 주장하는 배경입니다.
병원이 정말 ‘세금 피하기 좋은 사업’일까?
병원계에서는 수익성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3년 병원경영분석을 인용한 자료를 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371곳의 의료원가율은 103.1%,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은 -3.1% 수준으로 소개됩니다.
쉽게 말해 의료 자체만 놓고 보면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병원계에서는 특히 분만·소아 분야가 저출생, 야간·휴일 대기, 의료분쟁 위험, 인력난 등이
겹쳐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기존 병원이 사라지면 새 병원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전제가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업상속공제가 ‘상속세 0원 보장’은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오해하면 안 됩니다.
가업상속공제가 있다고 해서 오래된 병원이나 기업이 무조건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 규모와 경영기간, 피상속인·상속인의 요건, 실제 가업상속재산의 범위 등을 충족해야 하고,
공제한도도 적용됩니다.
또 상속세에는 연부연납 제도도 있습니다. 국세청은 가업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의 경우 요건에
따라 최장 20년에 걸쳐 분할납부할 수 있는 특례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병원 승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 가능 여부
뿐 아니라
연부연납, 상속재산 구성, 사업용 자산 범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쟁점은 ‘병원을 일괄 제외해야 하느냐’
이번 논란을 단순히
“의사들에게 상속세를 깎아줘야 하나?”
로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고 편법 상속 가능성을 줄이려는 취지는 분명합니다.
정부안에서는 가업의 정의와 심사를 강화하고 병원 등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공제 한도
자체는 최대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향도 담았습니다.
반면 병원계는 실제 분만·소아·응급 등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승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강화된 사후관리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앞으로 국회 논의에서 주목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부동산 상속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막으면서도, 실제 지역·필수의료를 수십 년 운영한 병원의 세대교체까지 막지 않는 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
40년 동안 이어진 분만병원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대신 건물을 팔고 사라지는 것이 더 유리한
구조가 된다면, 문제는 한 가족의 상속세를 넘어 그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이 계속 남아
있느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백억원의 자산을 가진 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 없이 막대한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역시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병원 상속세 논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2027년 이후 지역
·필수의료의 세대교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정책 논쟁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법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올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병원업 제외 기준이 그대로 유지될지, 필수의료 병원에 별도의 예외나
심사제도가 마련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상의 글이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번 내용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병원업의 가업상속공제
제외가 현재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아니라 2026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나 시행시기가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병원
승계·상속 계획은 최종 개정 법률과 국세청 안내를 확인하고 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개별 자산구조를 검토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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