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자기 자랑을 많이 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내가 제일 잘났다”
는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나르시시즘은 항상 이렇게 눈에 띄는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겸손해 보이는데 평가와 인정에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은밀한 나르시시즘(covert narcissism)’입니다.
은밀한 나르시시즘, 도대체 무슨 뜻일까?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봐줘.”
라는 모습이라면,
취약하거나 은밀한 모습에서는
“왜 아무도 내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을까?”
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에는 과대성뿐 아니라 상당한 취약성이 존재하며 두 모습 사이를 오갈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잘난 척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자기애적 특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겸손해 보이는데 칭찬에는 유독 민감하다?
겉으로는
“나는 별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비판에는 생각보다 심하게 상처받기도 합니다.
Cleveland Clinic은 흔히 ‘covert narcissism’이라고 부르는 모습에서 비판에 대한 높은 민감성, 자기비하적인 표현, 사회적 불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소심함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이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모두 은밀한 나르시시즘인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작은 지적도 왜 크게 받아들일까?
“여기만 조금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상대는 가볍게 한 말인데 본인은 하루 종일 생각합니다.
“나를 무시한 건가?”
“나를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는 건가?”
그리고 상대에게 차갑게 대하거나 아예 거리를 둘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날까요?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감과 별개로 자존감이 취약하고 비판이나 실패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습니다.
Mayo Clinic도 비판을 받았다고 느꼈을 때 분노하거나 상대를 깎아내리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피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강한 자기애가 반드시 강한 자존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외부 평가에 자신의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늘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도 나르시시즘일까?
이 부분은 특히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흔히
“항상 피해자인 척하면 은밀한 나르다.”
라는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부당한 일을 겪은 사람도 있고,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도 자신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가지 말이나 행동보다는 여러 관계에서 오랫동안 반복되는 패턴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대형과 취약형, 완전히 다른 사람일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자신감 넘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다가도 자신보다 인정받는 사람이 나타나면 갑자기 위축되거나 분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정신의학회 교육자료에서도 과대적 나르시시즘과 취약한 나르시시즘이 겉보기에는 상당히 달라 보이지만 한 사람 안에서 함께 존재하거나 오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사람을
‘과시형 나르’
‘은밀한 나르’
처럼 딱 두 종류로 나누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입니다.
그런데 왜 관계하면 지칠까?
결국 관계에서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상대방이 항상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기를 기대하면서 정작 내 감정에는 관심이 적거나,
조금만 다른 의견을 이야기해도
“결국 너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라고 받아들인다면 대화하는 사람은 점점 조심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말을 하면 또 상처받을까?’
‘그냥 내가 참는 게 낫겠다.’
하며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게 됩니다.
APA도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 자기몰두, 인정 욕구, 타인에 대한 둔감성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은밀한 나르’ 찾기보다 이것부터 보세요
여기까지 읽으면 주변 사람 몇 명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하다, 비판에 예민하다,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특징 몇 개만으로 그 사람을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DSM-5-TR은 ‘은밀한 나르시시스트’를 별도의 공식 진단명으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나르시시즘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과대적·취약한, 외현적·내현적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를 분석하는 것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 관계에서 편하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가?”
항상 상대방의 기분부터 살펴야 하고, 다른 의견을 말하기 어렵고, 작은 갈등도 결국 내 잘못으로 끝난다면 진단명과 관계없이 그 관계의 경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르시시즘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목적은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왜 특정 관계에서 내가 계속 지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르시스트’와 실제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어떻게 다른지는 미국정신의학회(APA)의 NPD 설명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대적·취약한 모습과 실제 증상, 온라인 테스트의 한계까지 조금 더 쉽게 보고 싶다면 Cleveland Clinic 자기애성 성격장애 안내가 이해하기 쉽습니다.
※ 이 글은 정신의학·심리학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특정 행동 몇 가지만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판단할 수 없으며, 관계나 심리적 어려움이 지속돼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평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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